리스본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막힌 건 포르토에서 어떻게 넘어가느냐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포르토를 거쳐 리스본에서 신혼여행을 마무리했는데, 도시를 옮길 때마다 이동 방법을 두고 꽤 고민했어요. 이번 글에서는 포르토에서 리스본으로 넘어가는 현실적인 방법부터, 유럽의 땅끝 호카곶, 그리고 예정에 없다가 들른 신트라의 페나 왕궁까지 저희가 실제로 걸은 코스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리스본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실전 팁을 최대한 담았어요.
포르토에서 리스본으로, 우리는 기차를 골랐다
포르토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비행기, 버스, 기차 세 가지입니다. 리스본 여행의 첫 관문이 바로 이 이동인데, 저희는 이 중 기차를 택했고 이유가 분명했어요.
비행기는 일단 금액이 너무 높았습니다. 게다가 바르셀로나에서 포르토로 넘어올 때 항공을 이용하면서 캐리어 무게와 개수를 신경 쓰느라 이미 충분히 불편을 겪었거든요. 신혼여행이라 짐이 많은데, 매번 수하물 규정에 맞춰 짐을 재정비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리스본 공항에서 도심까지 가는 거리가 기차역보다 멀다는 점도 걸렸습니다. 이 모든 걸 따져보니 기차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어요.
기차 경로를 정하는 방법은 예전에도 추천했던 방식 그대로입니다. 구글 맵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로 경로를 찍어보면 이동 방법이 나오는데, 그 경로를 예매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함께 뜹니다. 저는 각 사이트를 하나씩 검색해보고 가장 신뢰도 있는 곳에서 예매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어요.
기차 예매, 어디서 하느냐로 가격이 갈린다
여기서 실전 팁을 하나 드릴게요. 유럽 기차는 어느 사이트에서 예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 납니다.
저희는 여러 사이트를 비교한 끝에 오미오(Omio)에서 예매했어요. 트립 닷컴 같은 사이트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저희가 구매할 당시에는 오미오가 훨씬 저렴했거든요. 실제로 유럽이나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국내 예매 사이트를 쓰면 추가 수수료가 많이 붙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포르투갈 내 기차를 예매하는 사이트도 여러 개인데, 예를 들어 레일 닌자(Rail Ninja) 같은 곳에서 예매하면 오미오보다 1.5배 비싼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예매 전에 반드시 두세 곳을 비교해보시길 권합니다. 같은 좌석인데 몇만 원씩 차이 나는 걸 보면 비교 안 하고 살 이유가 없어요.
다만 확인을 꼭 하셔야할 부분은 혹시라도 너무 잘 모르시거나 영어로 소통이 불편하시거나 현지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처를 빠르게 받고 싶으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국내 여행 예약 사이트를 통해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몇 만원 차이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으실 수 있습니다.
리스본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이 부분은 특히 강조하고 싶어요. 유럽 기차표는 같은 열차, 같은 좌석이라도 어느 플랫폼에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과 수수료가 천차만별이거든요. 저희는 매번 구글 맵으로 경로를 확인한 뒤, 그 경로에 뜨는 예매 사이트를 서너 곳 비교하고 결제했어요. 조금 번거롭더라도 이 과정을 거치면 여행 전체 교통비를 꽤 아낄 수 있습니다. 여러 도시를 도는 일정이라면 이 차액이 쌓여서 무시 못 할 금액이 되니까요. 예매할 때는 좌석 등급과 취소 규정, 그리고 큰 짐을 실을 공간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면 좋아요.
비즈니스 좌석을 택한 이유
저희는 포르토의 캄파냥역까지 우버를 타고 이동한 뒤,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미리 예매해 뒀습니다. 캐리어를 여러 개 들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혹시 모를 위험 요소를 줄이면서도 조용하고 편하게 쉬며 가고 싶었거든요.
비용을 보면 이코노미가 약 7만 원이면 비즈니스는 11만 원 정도 선이었어요. 4만 원 차이라면 충분히 이용할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비즈니스 좌석은 캐리어 둘 자리도 여유가 있었고, 승객도 현지인보다는 여행객 위주라 훨씬 안락하게 이동할 수 있었어요. 짐이 많은 신혼여행이라면 이 정도 차이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긴 이동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다음 일정의 컨디션이 달라지니까요.
포르토에서 리스본까지는 기차로 세 시간 안팎이 걸립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라 좌석의 편안함이 체감상 꽤 크게 다가와요. 특히 창밖으로 포르투갈의 시골 풍경이 지나가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넓은 들판과 작은 마을들이 이어지는 풍경을 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이, 바쁜 관광 일정 속에서 오히려 소중한 휴식이 됐어요. 이동 자체를 여행의 일부로 즐기고 싶다면 기차만 한 게 없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습니다.
리스본은 포르토와 완전히 다른 도시였다

리스본의 산타 아폴로니아역에 도착하면 포르토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길이 좁고 언덕이 높았던 포르토와 달리, 리스본은 언덕길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길이 넓은 편이었어요.
저희가 리스본을 마지막 여행지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리스본은
대한항공을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이 있어서, 신혼여행의 마지막 도시로 삼기에 좋았어요. 게다가 리스본에는 호텔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욕조가 있는 곳도 많아서, 긴 여행의 피로를 풀고 편히 쉬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에 안성맞춤이었죠. 특히 여행 후반이라 세탁해야 할 옷이 상당히 쌓였는데,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이를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했습니다. 이런 실용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면 리스본을 마지막에 배치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대항해시대 가장 강력했던 항구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무엇보다 유럽의 땅끝, 즉 세상의 끝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저희를 이 도시로 이끌었어요. 대항해시대에 수많은 탐험가들이 이 항구에서 미지의 바다로 떠났다는 역사를 떠올리면, 도시 곳곳에서 그 시절의 영광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리스본 여행의 매력은 이렇게 화려한 역사와 여유로운 현재가 공존한다는 데 있어요.
숙소는 공원 근처 한적한 곳으로
리스본 숙소는 시내 중심보다는 한적한 도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주변 상권이 충분하고 치안이 좋은 곳을 찾았습니다. 여러 곳을 알아본 끝에 에두아르두 7세 공원과 파르케(Parque)역, 피코아스(Picoas)역 사이에 위치한 호텔로 예약했어요.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리스본에 묵는 동안 교통도 편리했고, 번잡하지 않아 안락하게 쉴 수 있었거든요. 여행 후반부에 편히 쉬는 게 목적이었던 저희에게는 딱 맞는 위치였어요. 숙소를 고를 때 무조건 관광지 중심만 고집하기보다, 이렇게 교통과 치안, 조용함의 균형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세상의 끝, 호카곶으로 가는 길

리스본에서 저희가 가장 기대했던 건 호카곶 투어였습니다. 예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할 때 뮤어 우즈 근처 절벽에서 태평양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감동이 워낙 강렬해서 유럽에서의 세상의 끝도 꼭 보고 싶었거든요.
호카곶 투어는 마이리얼트립에서 현지 한국인 가이드 투어로 예약했어요. 그런데 하필 투어 당일 아침, 갑작스러운 교통수단 파업으로 약속 장소까지 가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버스는 운행하긴 했지만 30분을 기다려도 중심지로 이동할 수가 없었고, 우버 가격도 치솟아 난감한 상황이었죠.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우버를 잡아 헤스타우라도르스 광장 앞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굳이 투어를 예약한 이유가 바로 이 교통 문제였습니다. 리스본은 파업이 잦은 편이고, 호카곶은 시내버스로 가서 길을 찾아가기엔 너무 외지고 복잡한 곳이거든요.
저희가 방문한 6월 초는 해가 상당히 뜨거운 시기라 걸어 다니기 힘든 날씨였어요. 그래도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그늘에 들어가면 마치 에어컨을 튼 것처럼 시원해서, 햇볕만 피하면 견딜 만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형 버스를 타고 호카곶으로 향했어요.
대서양이 한눈에 담기는 곳

호카곶은 유럽 대륙의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하면서 대서양을 바라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실제로 그곳에 가면 대서양이 한눈에 담긴다는 팻말도 세워져 있어요. 저희는 사지 않았지만, 세상의 끝에 방문했다는 증표 같은 것도 비용을 내면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 가지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호카곶은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붑니다. 겉옷을 반드시 챙겨 가세요. 머리가 너무 날려서 사진 찍기가 힘들고, 심할 때는 서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분다고 해요. 그럼에도 평생 남을 소중한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 리스본 여행을 오신다면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땅끝에 서서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을 바라보는 그 순간의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어요.
이곳에는 유명한 문구가 하나 있어요. 포르투갈의 시인 ‘카몽이스’가 남긴 “여기,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구절인데, 이 문장이 호카곶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대항해시대에 이곳은 사람들이 알던 세계의 마지막 경계였고, 그 너머는 미지의 바다였죠. 그런 역사적 무게를 알고 나서 바라보니 눈앞의 대서양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신혼여행의 한 장면으로 이보다 상징적인 곳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부부가 세상의 끝이자 새로운 세계의 시작점에 함께 서 있다는 게 묘하게 의미 있게 다가왔거든요.
절벽 마을과 신트라에서의 식사


호카곶을 본 뒤에는 해안길을 따라 절벽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호카곶 해안을 따라 절벽 위에 자리한 마을인데,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압도적인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기억을 남기기에 더없이 훌륭한 곳이었어요.
해안길을 따라 이동하는 길 자체도 하나의 볼거리였습니다. 대서양의 거센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모습과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데, 그 풍경만으로도 이동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아트 디렉터로서 늘 좋은 화면을 고민하는 저에게, 자연이 만들어낸 이 압도적인 스케일의 풍경은 그 자체로 큰 영감이 됐습니다. 인공적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광활함이 거기 있었거든요.
날씨가 너무 더워 바르셀로나에서는 해변에 가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잠시나마 바다에 발을 담그고 해안 절벽의 모래사장을 경험할 수 있어 아쉬움이 풀렸습니다. 식사는 호카곶 근처에 마땅한 곳이 없어 신트라 시내로 이동해서 했어요.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라는 음식점에서 돼지 소금구이와 문어 스테이크, 샐러드를 시켰습니다. 슬슬 한식이 그리워지던 타이밍이었는데, 한국의 돼지 목살 구이 같은 소금구이와 부드러운 문어 스테이크, 그리고 푸짐하고 소스가 맛있는 샐러드를 함께 먹으니 그리움이 많이 해소됐어요.
예정에 없던 보석, 페나 국립 왕궁

식사 후 저희는 페나 국립 왕궁으로 향했습니다. 원래 예정에 없던 곳인데, 호카곶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 좋은 신비로운 장소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페나 왕궁은 신트라 산 정상에 자리한, 19세기 낭만주의 건축의 정수로 불리는 곳입니다. 원래 이 자리엔 중세의 수도원이 있었는데,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뒤 페르난두 2세가 임신한 왕비를 위한 일종의 조리를 위한 공간으로서 그 터 위에 이 화려한 궁전을 세웠다고 해요.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칠해진 외벽, 이슬람과 고딕, 마누엘, 르네상스 양식이 뒤섞인 독특한 건축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트 디렉터의 눈으로 봐도 이렇게 여러 양식이 한 건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사례는 흔치 않아요.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색채와 형태가, 신트라 산의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실제로 포르투갈은 전성기 시대에 여러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호의적이라 당시 왕들이 다른 나라 인물들과 교류를 많이 했고 귀족들도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양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산 정상에 있어 전망도 훌륭했어요. 테라스에서 신트라 일대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왜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정에 없이 들른 곳인데 오히려 이번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가 됐어요. 여행은 이렇게 계획에 없던 순간이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하나 봅니다.
페나 왕궁을 방문하실 계획이라면 몇 가지 팁을 드릴게요. 우선 이곳은 시간 지정 입장권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예약하고 가시는 게 좋아요. 특히 성수기에는 인파가 상당해서 오픈 시간에 맞춰 일찍 가는 게 사진 찍기에도, 여유롭게 둘러보기에도 유리합니다. 산 정상에 있다 보니 아래 매표소에서 궁전까지 올라가는 길이 꽤 가파른데,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체력에 여유를 두고 움직이시길 권해요. 그리고 신트라는 산악 지대라 날씨 변화가 잦습니다. 맑은 날엔 알록달록한 외벽이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눈부시고, 흐린 날엔 안개에 싸여 또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니, 어떤 날씨든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리스본 여행에서 신트라는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으니 일정에 꼭 넣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여기까지 포르토에서 리스본으로의 이동, 세상의 끝 호카곶, 그리고 페나 국립 왕궁까지 소개해드렸어요. 리스본 여행은 편히 쉬며 여정을 마무리하기에도, 잊지 못할 풍경을 담기에도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아직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이 남았어요. 리스본의 명물 트램, 신비로운 헤갈레이라 별장, 저렴하고 풍부하게 살 수 있는 선물 가게, 그리고 맛집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려고 합니다. 포르토 여행이 궁금하신 분들은 앞서 정리한 포르토 신혼여행 글(huni.work 웨딩&허니문 카테고리)도 함께 보시면 이베리아 여정의 전체 그림을 그리실 수 있어요.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의 페이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이 글은 2026년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기차 요금과 투어 운영, 명소의 입장 조건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