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테마파크 미디어아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현업에 종사 중인 제가 생각하는 핵심을 7가지 다뤄볼 예정입니다.
요즘 테마파크를 체험하기 위해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분야에서 현재 근무를 하고 있고 오늘은 그에 대한 업무 핵심 부분을 다루고자 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 랜드가 대표적인 테마파크입니다. 그 외에 우리나라에는 레고랜드같은 IP 기반의 체험 시설 및 어트랙션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을 테마파크라고 합니다.
테마파크에 가면 거대한 화면과 공간 연출에 압도되는 순간이 있죠. 그런데 그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저는 무대 디자인에서 시작해 게임과 광고 VFX를 거쳐 지금은 테마파크와 실감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테마파크 미디어아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컨셉을 어떻게 잡는지, 그리고 왜 연출과 테마가 가장 중요한지를 현업의 시선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에는 IP를 활용해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는 방법까지 다룰 테니 끝까지 봐주세요
테마파크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위한 세계‘다.

먼저 테마파크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많은 분들이 테마파크를 놀이기구를 모아둔 곳으로 여기지만, 진짜 테마파크의 본질은 ‘테마’, 즉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인 경험입니다.
이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디즈니예요. 디즈니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토리텔링 회사다.” 놀이기구 회사가 아니라 이야기를 파는 회사라는 거죠. 실제로 디즈니 파크의 모든 요소, 건축과 조경, 음악, 캐스트 멤버의 의상까지가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설계됩니다. 관람객은 놀이기구를 타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반면 국내 테마파크는 오랫동안 어트랙션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어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는 있지만 그것들을 하나로 묶는 이야기가 약했던 거죠. 놀이기구는 한 번 타면 끝이지만, 이야기가 있는 공간은 계속 다시 찾고 싶어집니다. 이 차이가 바로 테마파크 미디어아트를 만들 때 가장 먼저 붙잡아야 하는 지점이에요.
흥미로운 건 최근 테마파크가 어린이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성인과 외국인까지 아우르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성인 관람객을 끌어들이려면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보다 흥미로운 콘텐츠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는 세대가 성인이 되어 다시 그 세계를 찾는 흐름, 그리고 세계관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방문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어요. 이런 변화는 미디어아트의 역할을 더욱 키웁니다. 물리적인 놀이기구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서사와 감정을, 영상과 빛과 사운드로는 훨씬 풍부하게 전할 수 있으니까요.
테마파크 미디어아트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컨셉은 어떻게 잡는가
그렇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컨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화려한 기술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출발점은 정반대예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건 단순히 최신 장비를 쓴다는 뜻이 아니에요. 전 세계 어떤 관람객이 와도 그 공간의 메시지와 감정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진짜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그래서 컨셉을 잡을 때 저는 이런 질문들을 먼저 던져요. 관람객이 이 공간을 나설 때 무엇을 느끼고 나가야 하는가. 이 공간만의 단 하나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 메시지가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전달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이 명확해지면 그다음에 비로소 매체와 기술을 고릅니다. 프로젝션이 맞는지, 대형 LED가 맞는지, 인터랙티브 요소가 필요한지는 전부 컨셉이 정해진 뒤에 따라오는 결정이에요. 순서가 거꾸로 가면, 즉 장비부터 정하고 콘텐츠를 나중에 채우면 결국 겉만 화려하고 속은 빈 공간이 됩니다. 이건 제가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한 부분이에요.
또 하나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중요한 건 ‘문화적 보편성과 고유성의 균형’이에요.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에 기대되, 그 안에 그 공간만의 고유한 색깔이 살아 있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국내 테마파크가 K콘텐츠를 활용한다면, 한국적인 정서를 담으면서도 그것이 외국인 관람객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너무 지역적이면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너무 보편적이기만 하면 개성이 사라져요. 이 사이의 지점을 찾는 게 컨셉 단계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부분입니다. 디즈니나 유니버설 같은 글로벌 강자들이 강력한 것도 결국 이 균형을 오랜 시간 다져왔기 때문이에요.
연출과 테마가 기술보다 중요한 이유
여기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게 있어요. 테마파크 미디어아트에서 진짜 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연출과 테마에서 갈립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처음 보는 스케일과 해상도만으로 관람객이 감탄하던 시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지간한 비주얼은 이미 어디선가 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스마트폰만 열어도 화려한 영상이 넘치는 시대에, 단순히 크고 선명한 화면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워요. 관람객이 진짜로 반응하는 건 ‘이 공간이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입니다.
테마는 그 이야기의 뼈대예요. 잘 잡힌 테마는 공간의 모든 요소에 일관성을 부여합니다. 조명 하나, 소리 하나, 영상의 색감 하나까지 전부 그 테마를 향하게 되죠. 반대로 테마가 흐릿하면 아무리 개별 요소가 뛰어나도 따로 노는 느낌이 들어요. 연출은 이 테마를 관람객의 동선과 시간에 따라 어떻게 펼쳐 보일지를 설계하는 일이고요. 어디서 시선을 끌고, 언제 감정을 고조시키고, 어떻게 여운을 남길지를 짜는 겁니다.
기술은 이 연출과 테마를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에요. 좋은 도구는 분명 중요하지만, 도구가 이야기를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걸 요리에 비유하곤 해요. 최고급 주방 기구가 있어도 레시피와 요리사의 감각이 없으면 좋은 음식이 안 나오는 것과 같죠.
연출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루는 건 ‘시간의 설계’예요. 공간은 정지해 있지만 관람객은 그 안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머물게 할지, 언제 긴장을 주고 언제 풀어줄지, 클라이맥스를 어디에 둘지를 음악의 악보처럼 짜야 해요. 관람객이 지루함을 느끼기 직전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감동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그 여운을 충분히 남긴 뒤 다음으로 넘어가게 하는 리듬이 필요합니다. 이 리듬이 잘 짜인 공간은 관람객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올 때쯤 “벌써 끝났어?” 하는 아쉬움을 남겨요. 바로 그 아쉬움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힘이 됩니다.
IP를 활용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최근 테마파크 업계의 가장 큰 흐름은 IP 활용이에요. 포켓몬, 주술회전, 헬로키티 같은 IP 기반 테마파크가 방문객과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고, 국내에서도 K콘텐츠와 결합한 한국형 IP 테마파크가 장기 성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관 자체가 관광의 목적이 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게 있어요. IP를 활용한다는 걸 단순히 유명 캐릭터를 공간에 배치하는 걸로 생각하는 거예요. 인기 캐릭터 조형물을 세우고 포토존을 만드는 게 IP 활용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IP를 소모하는 방식에 가까워요.
진짜 IP 활용은 그 IP가 가진 세계관과 정서를 공간의 경험으로 번역하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IP가 ‘모험’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관람객이 그 공간에서 실제로 모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캐릭터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의 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거죠. 디즈니의 스타워즈 구역에서 관람객이 직접 광선검을 디자인해 만들 수 있는 공방이 있는 것처럼, IP의 세계 안에서 관람객이 스스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에요.
IP 활용이 잘 되면 수익 구조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공간 연출, 체험 콘텐츠, 먹거리, 굿즈, 패키지 상품이 하나의 세계관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객단가와 재방문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거죠. 관람객이 그 세계에 애착을 느끼면 기념품 하나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경험의 일부가 되니까요. 강력한 IP를 보유한 테마파크가 새 어트랙션에 대한 투자 부담이 적으면서도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결국 잘 만든 세계관 하나가 오래도록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이 되는 겁니다.
IP로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는 법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작업이 바로 기존 IP를 재료로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거예요.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 공간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제가 이 작업을 할 때 거치는 흐름을 소개하면 이래요. 먼저 원작 IP의 핵심 정서와 세계관 규칙을 분석합니다. 이 세계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금기인지,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거죠. 그다음 이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의 틈을 찾습니다. 원작에 없던, 하지만 원작 세계관 안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를요. 팬들이 “이건 원작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롭다”고 느끼는 지점이 바로 이 틈이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공간의 동선에 따라 펼쳐냅니다. 관람객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가 하나의 서사가 되도록 설계하는 거예요. 테마파크 미디어아트는 이 서사에서 결정적 장면들을 담당합니다. 관람객의 감정이 가장 고조되어야 할 순간에 압도적인 영상과 사운드로 몰입을 완성하는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라인은 원작 팬에게는 새로운 선물이 되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 자체로 완결된 경험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신경 써야 할 게 IP 라이선스와 저작권이에요. 남의 IP를 활용하는 만큼, 원작자와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고 허용된 범위 안에서 재해석해야 합니다. 팬들이 사랑하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는 건 창작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계약과 협의의 영역이기도 하거든요. 이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실무에서는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해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권리 문제가 걸리면 실현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초기 기획 단계부터 법무·라이선스 담당과 긴밀히 소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작은 결국 협업이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어요. 테마파크 미디어아트는 절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획자, 아트 디렉터, 3D 아티스트, 영상 디자이너, 사운드 디자이너, 공간 설계자, 조명 감독, 엔지니어까지 수많은 분야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여요.
디즈니 파크의 어트랙션 하나를 만들 때도 건축가, 예술가, 기술자, 엔지니어의 합작으로 몰입 경험을 완성한다고 하죠.
이렇게 여러 분야가 얽히다 보니, 아트 디렉터의 핵심 역할은 사실 ‘통역’에 가까워요. 기획자가 말하는 추상적인 컨셉을 시각 언어로 바꿔 아티스트에게 전하고, 기술팀의 제약을 창작팀에게 이해시키고, 흩어지기 쉬운 각 분야의 결과물이 하나의 테마 아래 일관되게 모이도록 조율하는 일이죠. 아무리 뛰어난 개별 결과물이 있어도 이 조율이 없으면 공간이 따로 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미디어아트의 8할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무대 디자인을 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이 감각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는 걸 매번 실감합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정리하면 테마파크 미디어아트 제작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와 경험 설계의 문제예요. 글로벌 스탠다드 컨셉은 최신 장비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를 넘어 전달되는 명확한 메시지에서 나오고, 연출과 테마는 그 메시지를 관람객의 마음에 새기는 도구입니다. IP 활용도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세계를 경험하게 만드는 일이고요.
세계 테마파크 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성장의 핵심은 점점 더 몰입형 콘텐츠와 강력한 세계관 쪽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화려함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얼마나 깊이 있는 경험을 설계하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특히 AI를 비롯한 제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앞으로는 아이디어와 기획의 가치가 더욱 커질 거라고 봐요. 누구나 화려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될수록, 정작 차이를 만드는 건 ‘무엇을 왜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이 되니까요.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연출과 테마, 그리고 이야기를 다루는 힘이 진짜 경쟁력이 되는 셈이에요. 국내 테마파크가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면 바로 이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모든 작업의 목적은 하나예요.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다시 오고 싶은 기억을 남기는 것. 저는 그게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자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앞의 화려한 장면 하나가 아니라, 집에 돌아가서도 문득 떠오르는 감정을 남기는 것. 그게 제가 테마파크 미디어아트를 만들며 늘 마음에 두는 목표예요.
다음에는 제가 직접 참여했던 국내 어트랙션 프로젝트를 예시로 어트랙션을 제작하는 파이프 라인과 경험에 대한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 주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미디어파사드와 실감콘텐츠 제작을 다룬 글(huni.work AI&크리에이티브&테크 카테고리)이나 언리얼 엔진 AI 영상 워크플로우 글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궁금한 점이나 더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가 있으면 문의 페이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이 글은 제작 현장에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산업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언급된 사례와 트렌드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